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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는 성교육하는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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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낳았다면 아빠의 길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JDS Books 박제균 대표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려는 노력이 올바른 성교육의 시작이며, 딸을 따뜻하게 지키는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다.



박제균 대표는 결혼하고 10년 만에 첫딸을 안았다. 회사 일에 파묻혀 살던 일상이 아빠가 되면서 순식간에 변했다. 당연하던 야근과 주말 근무 대신 딸을 위해, 아빠가 된 자신을 위해 살고 싶었다. 아빠는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고, 딸과 아빠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책 <내 친구 피노노> 시리즈를 펴냈다. 지금은 성‘ 교육하는 아빠’가 되었다.

아빠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딸을 키우다 보니 성폭력이나 성추행 같은 범죄 뉴스가 유독 신경 쓰이더라고요. 여자를 보호하는 남자이자 딸과 아내를 지키는 가장이기에 성교육을 진지하게 시작하게 됐죠.” 하지만 성교육은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부모 세대도, 자신도 제대로 성교육을 받아본 적 없으니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성 지식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도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강의를 들었다. “알면 알수록 어려웠어요. 성교육이 대부분 성폭력이나 성추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딸아이에게 이런 교육이 도움이 될까 싶더라고요.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방법도 막연했고요.” 답답한 마음에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장르 구분 없이 손이 가는 대로 책을 폈고, 책 속에서 성교육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 아내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고서야 박제균 대표는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발견했다. 결론은 ‘성’이 아닌 ‘사람’이었다. “올바른 성교육은 남녀의 차이가 아닌 ‘같음’을 알려주고,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는 법에서 시작해요. 아는 만큼 배려할 수 있으니까요.”

좋은 아빠이고 싶은 노력이 교육이다
성교육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 부모들에게 박제균 대표는 “성교육은 예방주사”라고 말한다. 예방주사로 나쁜 세균을 막는 것처럼 나쁜 성으로부터 아이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할 때 예방주사를 맞듯 성교육도 마찬가지예요. 아이에게 긍정적인 성을 알려주는 게 먼저예요. 그래야 어른들이 만든 나쁜 성을 이기는 힘을 기를 수 있어요.” 성교육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하는 게 아니다. 지식을 알려주듯 가르칠 수도 없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체득하지 않으면 아이는 긍정적인 성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TV를 함께 보다가 남녀가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면 그때가 성교육 시간이에요. 장황하게 할 필요도 없고, 아이가 궁금한 것만 알려주면 됩니다. 다만, 아이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야 해요. 키스 장면에 놀라서 부모가 당황하거나 채널을 돌리면 아이는 키스를 ‘나쁘다’고 받아들여요. 남녀의 애정 표현은 나쁜 게 아니잖아요. 아이가 모르는 그 감정이 따뜻하고 긍정적이라는 걸 알려주는 거죠.”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아이는 부모를 통해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배우기 때문이다. 박제균 대표는 성교육 등 모든 교육이 엄마의 몫이라는 생각부터 버리라고 조언한다. 엄마는 살림하고, 아빠는 밖에서 돈 번다는 식의 역할 구분은 아이에게 잘못된 성 의식을 심어줄 뿐이다. “아이는 엄마 아빠를 보며 남녀가 다르면서 같다는 걸 깨달아요. 밖에서는 남녀 평등을 얘기하는데 집에 오면 엄마 아빠가 서로 존중하지 않아요. 그건 모순이죠. 성교육을 아무리 말로 해봐야 아이는 알아듣지 못해요. 그리고 아이는 본 대로 따라 해요. 부모가 생활에서 보여주는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도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자였다. 아빠가 되고 성교육의 필요성을 깨달으면서 스스로 변했다. “성교육이 대부분 남자를 가해자로 보기 때문에 아빠가 엄마보다 더 보수적일 수 있어요. 실제 강의에도 엄마들이 주로 찾아요. 요즘은 아빠도 종종 보입니다. 같은 남자가, 그것도 중년의 아빠가 성을 이야기한다고 하니 호기심이 생기더래요.” 아빠가 되기까지도 험난했지만, 아빠로서의 길도 쉽지 않다. 하지만 아빠가 되고서야 성을 지식이 아닌 사람으로 접근해야 함을 깨달았다. 부모 역할이 무엇인지도 아이를 통해 배운다. 아빠는 매일 사랑하는 딸에게 성교육을 한다.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아빠의 모습과 남편의 모습을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성교육이라고 믿는다. 오늘도 아빠는 성교육 강연을 위해 전국을 돌고, 카카오톡(@성교육하는 아빠)으로 무료 성 상담도 한다. 보드게임 등 아이 눈높이에 맞춘 교구도 만든다. 아빠는 지금 딸 지수가 살아갈 세상을 따뜻하게 바꾸고 있다.

201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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