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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의 감정과 마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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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아이 키우는 게 힘들지만 좋다”고 말한다. 전문가도 다르지 않다. 그로잉맘 이다랑 대표는 “엄마라서 행복한데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니까 참아야 하고, 부모라서 잘해야 한다는 잘못된 감정 조절이 스스로 더 힘들게 한다”고 말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는 ‘화’는 위험하지 않지만, 변형되고 폭발할 때 위험할 수 있다는 대사가 나온다. 엄마 자신의 감정을 체크하고 다양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야 하는 이유다.




✎ 솔직한 감정을 마주하면 답이 보여요
엄마가 되기 전엔 몰랐다. ‘천번을 빡쳐야 엄마가 된다’는 것을. 엄마라는 이유로 감정을 억누르고 사는 동지들이 속 시원하게 ‘지랄’할 수 있도록 엄마들이 모여 만든 감정노트가 있다. 그로잉맘과 디자인회사 아트상회가 함께 제작한 <질알노트>는 내 감정에 대해 질문하고 알아가자는 의미로 매일 엄마와 아이의 마음을 체크한다. 오늘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괜찮았던 일은 무엇이며, 내일은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도 기록한다. “원래 아이를 키우며 혼자 쓰던 노트였어요. 요즘 내가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있고, 내가 기분 좋은 날은 아이 기분도 좋다거나 상호작용이 잘됐다는 등 가벼운 통찰도 얻을 수 있죠. 엄마 감정이 최악이어도 기본은 하고 넘어가자는 생각에 아이와의 상호작용 체크리스트도 넣었어요.” 화나는 대로, 욕 나오는 대로 쓰면 되지만, 그마저도 힘든 엄마를 위해 대신 욕해주는 스티커도 만들었다. “<질알노트>를 쓴다고 해서 화가 안 나거나 고민이 사라지진 않아요. 하지만 화나는 감정도 내가 가진 여러 모습 중 하나라는 걸 알게 되고, 그럼 화를 빨리 털어낼 수 있죠. ‘나는 화만 내는 나쁜 엄마야’ ‘난 엄마로서 구제 불능이야’ 같은 죄책감이 들면 감정 조절은 더 힘들거든요.” 부모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놀아야 즐겁다.


엄마라는 이유로 감정을 억누르고 사는 동지들이 속 시원하게 욕할 수 있도록 실제 엄마들이 모여 만든 감정 노트다.

✎ 내 감정 상태를 알아야 한다
종일 아이랑 씨름하다 밤이 됐는데 남편은 오지 않고, 아이는 잘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몸도 마음도 힘들어 죽겠는데 아이는 계속 투정을 부리고, 참다 참다 엄마는 화가 폭발한다. 울다 잠든 아이를 보며 엄마는 오늘도 고해성사를 한다. “엄마가 소리를 지른 건 잘못이지만 그 상황에서 화 안 날 사람이 있을까요? 사람은 화를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자랐으니까요. 울‘ 지 마라’ ‘화내면 안 된다’고요. 어떤 감정이든 빨리 추스르고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배웠어요. 그런 엄마에게 갑자기 아이 마음을 읽어야 한다는 조언은 옳지 않아요.” 아이가 나쁜 행동을 했을 때 그 행동 자체만 훈육하고 아이 감정은 다독여야 한다는 육아 전문가들의 조언처럼 소리를 지르기 전 엄마 마음도 누군가는 읽어줘야 한다. “화가 나면 느끼는 대로 써보라는 거예요. 감정을 억누르다 폭발하지 말고요. 밤마다 반성 대신 이렇게 얘기해보세요. ‘아이한테 소리 지른 건 잘못했어. 하지만 화낼 만했고, 화낸 건 잘못이 아니야’라고요. 화나는 감정 자체는 위험하지 않지만, 잘못된 감정 폭발이 패턴처럼 굳어지면 나중엔 화를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 화를 내고, 아이와는 멀어지겠죠.” 심리 치료 전문가들 역시 자기 감정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감정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 이 대표는 최소 5일 이상 꾸준히 감정노트를 써보라고 조언한다. 아는 만큼 감정의 폭발을 대비할 수 있다는 것. 엄마만의 공간도 필요하다. 부엌이든 책상이든 나만의 공간에서 매일 기록한다. “저는 부엌에 책 한 권이랑 <질알노트>를 같이 둬요. 아이를 재우고 부엌에서 노트를 채우며 심리적으로 나를 다독이는 거죠. 반성이 목적은 아니에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쓰고 기분 좋게 덮으면 충분해요.”


✎ 0점이 목표인 엄마
상담을 하다 보면 간혹 감정을 완벽하게 절제하는 엄마를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아이에게만 완벽하고 정작 다른 곳에서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는 경우가 많다. “엄마들이 감정 조절을 아이와의 관계에서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자기 인생에서 다양한 역할 가운데 ‘엄마’라는 역할 하나를 하는 것뿐인데, 그걸 완벽하게 하려고 하니 다른 데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요. 어떻게 하면 100점짜리 엄마가 될까를 고민하지 말고 내 감정을 잘 데리고 사는 법을 알았으면 해요.” 이 대표는 더하기, 빼기를 잘하는 육아가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무조건 플러스 100점을 목표로 하기보다 오늘 하루 마이너스였다면 내일 플러스해서 0점을 만드는 거다. “저도 매일 0점을 목표로 살아요. 최소 20년은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매일 전전긍긍하고 감정 조절만 신경 쓰며 20년을 살 수는 없으니까요.”


✓ 오늘의 감정을 체크해보세요
자기 감정을 인식하는 것은 감정 조절의 첫 단계다.




201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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