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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 줄 아는 부모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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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넘어지고 실수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한춘근 한국아동발달 대표는 “부모는 아이 성장을 돕는 조력자다. 아이가 다양한 경험과 실패 속에서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힘을 기르려면 부모가 참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매 순간이 불안하고 조급하다면 아이와 함께 그림책에서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정글짐북스 김이연 대표와 자람가족학교 김민정 연구팀장이 엄마의 경험으로 부모가 읽으면 좋을 그림책을 추천한다.





아이에게, 엄마 자신에게 최고보다 최선을 말해주세요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수사나 이세른 지음·레이레 살레베리아 그림 | 정글짐북스 | 1만2천원





너구리는 늘 1등이다. 떨어진 개암나무 열매를 줍거나 재미있는 구름 모양을 찾을 때도, 무엇을 하든 너구리는 친구들 가운데 가장 빠르고 잘한다. 그러다 숲 속 마을로 이사 온 여우에게 1등을 자꾸 뺏기고, 너구리는 더는 1등을 못 할까 시무룩하다. 무엇을 해도 의욕이 없어진 너구리는 항상 꼴찌인 오리와 함께 천천히 뒷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조급하던 마음을 버린 너구리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1등만 외치던 너구리가 변하는 모습을 보며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배울 수 있다. 승부에 집착하는 아이도, 내 아이가 최고이길 바라는 엄마에게도 필요한 조언이다.

“승부욕이 강해서 걱정스럽던 딸아이에게 읽어준 그림책입니다. 달리기에서 3등을 해도, 친구들과 놀다 지더라도 너구리처럼 괜찮다고 말해줬어요. 아이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며 저 역시 엄마로서 느긋함과 여유가 있어야 함을 깨달았어요.” 김이연


조급함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아요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
레오 딜런, 다이앤 딜런 지음 | 논장 | 1만2천원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로 시작하는 전도서의 한 구절은 종교를 떠나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울 때가 있으면 웃을 때가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을 다룬다. 책은 전도서의 구절을 옮겼고, 이야기의 숨은 의미는 분명하다. 그것이 무엇이든 나만 겪는 일이 아니며, 행복도 고통도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집트의 벽화, 오스트레일리아의 나무껍질 그림, 에스키모의 돌판 판화 등 나라별 독특한 미술 양식으로 그린 그림이 인상적이다.

“종교적인 이야기이지만 결국 인생의 섭리를 말하는 것 같아요. 부모로 사는 지금이 행복할 수도, 힘들 수도 있지만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진 않아요. 그러니 힘든 순간에만 빠져 있지 않길 바랍니다.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거든요. 조급하고 불안할 때마다 주문처럼 읽어보세요. 위로가 될지도 몰라요.” 김민정


보이지 않아도 아이는 자라고 있어요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 지음 | 시공주니어 | 1만1천원



겨울이 다가오자 월동준비로 분주한 들쥐들 사이로 단 한 마리, 프레드릭은 베짱이처럼 여유롭기만 하다. 왜 일하지 않느냐 물으면 햇살과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고 답하는 프레드릭. 게을러 보이는 프레드릭의 겨울은 따뜻할 수 있을까? 어느덧 겨울이 되고 비축한 양식이 떨어지자 놀랍게도 프레드릭이 모은 햇살과 이야기가 큰 힘을 발휘한다. 들쥐들이 기나긴 겨울날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열매가 아닌 프레드릭의 상상력 덕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프레드릭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했음이 반전처럼 펼쳐진다. 작가 레오 리오니가 콜라주 기법으로 완성한 그림이 이야기에 따뜻함을 더한다.

“우리 아이는 왜 뒤집기를 못 하고, 말을 못 하는지 고민스러울 때가 있어요. 다른 아이들은 다 하는데 우리 애만 못 하면 조급해질 수밖에 없어요. 엄마라면요.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느리고 더딘 우리 아이가 사실은 프레드릭처럼 아름답고 향기 나는 꽃을 피우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꽁꽁 모으고 있다는 것을요.” 김이연


엄마에게도 쉼이 필요해요
<첫 번째 질문>
오사다 히로시 지음·이세 히데코 그림 | 천개의 바람 | 1만2천원



책은 질문들로 가득하다. 오늘 하늘을 보았는지, 바람은 어떤 냄새인지, “고마워!”라고 말한 적이 있는지 묻는다. 질문은 점점 ‘나 자신’으로 향한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행복을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금세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일본 평론가이자 시인인 오사다 히로시의 시를 그대로 옮긴 글이 아름다운 그림과 만났다. ‘나’를 잊고 살던 엄마의 마음을 두드리고, 아이가 세상을 더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시 그림책이다.

“질문마다 쉽게 답하지 못 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때가 언제였나 싶더라고요. 아이가 자라면 묻고 싶은 질문들이기도 해요. 하루하루 살기 바쁜 엄마가 지나간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이에요. 한 번쯤 잠시 멈추고 쉬어 가도 괜찮지 않을까요?” 김민정


아이의 가능성을 믿고 지켜봐요
<까마귀 소년>
야시마 타로 지음 | 비룡소 | 8천5백원



‘땅꼬마’라 불리던 아이가 있었다. 늘 혼자였고, 아무도 아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 땅속에 숨은 듯 살던 아이 앞에 새로운 선생님이 나타난다. 아이가 모든 꽃 이름을 안다는 것을 선생님은 알았다. 읽기 힘든 아이의 글씨도 좋아했다. 그리고 졸업식 날, 아이는 친구들에게 멋진 까마귀 소리를 들려준다. 홀로 타박타박 집과 학교를 오가며 듣던, 아이만 알던 소리였다. 친구들은 감동했고, 아이는 더는 외롭지 않다. 한 아이를 변화시킨 선생님의 노력은 부모에게도 필요한 모습일지 모른다.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을 믿어주는 누군가의 관심으로 아이는 자란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던 아이가 졸업식 날 혼자 유일하게 개근상을 받아요. 따뜻한 눈길과 자상한 말씨로 아이를 다독인 선생님 덕분이죠. 이 책으로 배운 게 있어요. 아이 곁에 조용히 머물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이 최고 육아라는 것을요.” 김이연 


201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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