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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크레용이 된 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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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하고 디자이너가 꿈이었던 엄마는 크레용을 손에 쥔 아이를 보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달았다. 크레용이 블록이 되는 드로잉의 재발견. 아트를 놀이로 바꾸는 땅콩프레스를 만났다.






이름 황세희(만 5세 승찬 엄마)
브랜드 땅콩프레스 www.ddangkongpress.com
상품 종류 크레용

그래픽과 편집 관련 일을 했던 황세희 대표는 종이나 책, 인쇄가 떠오르는 단어 ‘프레스press’와 ‘심심풀이 땅콩’처럼 가벼운 느낌과 귀여운 어감을 지닌 단어 ‘땅콩’을 더해 ‘땅콩프레스’란 브랜드를 만들었다. 여러 챕터로 구성된 한 권의 책처럼 다양한 주제의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고 싶은 의미도 담았다.


Q 땅콩프레스는 어떤 브랜드인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틈’에서 다른 시각을 발견하고, 그것을 놀이와 아트로 구체화하는 브랜드다. 지금은 드로잉을 주제로 아트 토이에 가까운 제품을 만든다. 그 첫 번째 제품이 포켓크레용이다.

Q 크레용을 블록으로 만든 아이디어가 좋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크레용을 좀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방산시장에 가서 재료를 구입해 다양한 모양의 크레용을 만들었는데, 이왕이면 부피가 작아서 아이가 주머니에 넣어 다닐 수 있고 놀이 기능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런 아이디어를 모아 블록 모양 포켓크레용을 제작했다. 여러 색의 크레용을 조립해서 칠하면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고, 크레용이 닳아서 작아지면 서로 조립해서 쓸 수도 있다.

Q 레터프레스로 작업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원래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고, 인쇄 기법에 관심이 많다. 원하는 글자나 이미지를 활판에 조각한 후 잉크를 바르고 프레스기로 압력을 가해 찍어내는 레터프레스 방식을 접했는데, 소소하지만 나만의 도구로 인쇄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포켓크레용 패키지를 꾸미거나 키트에 들어가는 엽서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한다.


팽이 윗부분에 원반 형태의 캔버스 종이판을 끼워 빙글빙글 돌리면 종이 컬러에 따라 모양의 변화를 볼 수 있다.


블록 크레용을 활용해 엽서를 만들 수 있는 DIY 세트.

Q 포켓크레용의 시작도 핸드메이드였다.
처음부터 판매나 창업이 목적이 아니었고 집에서 조금씩 만들다 주위 반응이 좋아서 제주 ‘소심한 책방’에서 팔기 시작했다. 이후 거래처는 느는데 손으로 만들다 보니 제품을 안정적으로 납품하기 힘들었다. 공장 제작으로 과정이 체계화되었고, 안전 기준 테스트도 꼼꼼하게 진행하게 되었다.

Q 엄마로서 창업이 힘들지 않았나.
아이를 낳고 대학원에 다녔는데 수업 중에 ‘드로잉 팽이’를 만들었다. 전통 놀이 도구인 팽이에 스케치북 기능을 더한 제품인데, 이런 드로잉 제품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졌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땅콩프레스라는 브랜드를 통해 평생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

Q 창업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디자인 외에 제작, 홍보, 마케팅 등 업무 대부분이 생소해서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현재 입주해 있는 창업센터가 많은 도움이 됐다. 관리비만 내면 개인 사무실은 물론 공동 작업실, 스튜디오, 물품 보관실 등 창업에 필요한 공간을 이용할 수 있고,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브랜드와 정보를 공유하거나 조언도 구할 수 있어 든든하다. 근무 환경도 쾌적하고, 무엇보다 집이랑 아이 유치원과 가까워서 좋다. 이런 창업센터는 다양하므로 자신과 맞는 곳을 찾아 입주 절차를 알아두면 좋다.

Q 엄마라서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을까.
엄마가 되기 전엔 인내심이 부족했는데, 아들을 키우며 인내심이 생겼다. 땅콩프레스도 마찬가지다. 내가 땅콩프레스의 엄마이기 때문에 일이 힘들어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를 돌보면서 디자인이나 제품의 영감을 얻을 수 있다.

Q 다음 드로잉 제품은 무엇인가.
패키지나 컬러를 다르게 하는 등 포켓크레용에 대한 실험을 더 해보고 싶다. 드로잉 팽이와 같은 새로운 드로잉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홈페이지나 일부 디자인 편집숍에서 제품을 살 수 있지만 올해에는 백화점 팝업스토어나 마켓 등 오프라인에서도 고객과 직접 만나려 한다. 앞으로도 포켓크레용이나 드로잉 팽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가지면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제품을 만들고,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

Q 창업을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조언한다면.
창업은 육아를 병행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힘든 여정이라 주변에 창업을 준비하는 지인이 있으면 말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하겠다면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시작하길 바란다. 누구나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제한적이다.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보다 오래도록 하고 싶은 일에 집중했으면 한다.



제품으로 자동차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패키지에 자동차 그림을 넣었다.


포켓 크레용 패키지와 엽서에는 ‘레터 프레스’ 기법으로 한장 한장 찍어낸 문구가 새겨져 있다.

✓ 엄마의 하루
땅콩프레스 황세희 대표의 일과입니다
오전 9시 아이 유치원 등원, 사무실 출근
오전 10시 디자인 작업, 외부 미팅
오후 4시 아이 유치원 하원
오후 4시 30분 아이 돌보기
오후 10시 홈페이지 관리 등 남은 업무 처리


사진 송상섭 윤세은(자유기고가)

2017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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