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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화동 골목 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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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잡기 고무줄 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 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아파트 숲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골목이 놀이터이던 시절의 풍경을 노랫말로 듣고 짐작할 뿐이다. 하루해가 짧도록 골목을 누비던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다면 이화마을이 제격이다.




✎ 소박하면서도 힘이 있는 감성 골목
종로3번 마을버스 종점, 낙산공원에 내리면 “여기가 서울 맞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멀지 않은 곳에 남산타워가 있고 발아래 크고 작은 빌딩이 빼곡히 서 있는 걸 보면 분명 서울인데, 탁 트인 시야나 고요한 탓인지 오히려 낯설다. 서울 낙산 서쪽 기슭에 자리 잡은 이화마을은 마을 전체를 박물관이라고 부를 만하다. 1300년대 축성된 한양도성 아래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전망 좋고 동대문에서 가까워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집을 지어 살던 부촌이었고, 1950년대 말에는 국민주택단지라는 이름으로 연립형 주택이 들어섰다. 최초의 타운하우스였던 셈인데, 주택 구조가 독특하다. 면적이 넓지 않은 2층 구조 집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적이 남기고 간 재산’이라는 의미의 ‘적산敵産가옥’형 주택들 사이로 좁은 골목들이 뻗었다. 한때 화려함을 뽐내던 마을은 한국전쟁과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달동네로 변했지만, 생명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결과 소박하면서도 힘이 있는 동네로 거듭났다. 이화마을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건 2006년 ‘공공 미술 프로젝트’로 동네 곳곳에 벽화와 조형물이 채워지기 시작하면서다. 쇠퇴한 동네 골목 어귀에 예술가의 손길이 닿으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발길이 머물렀다. 당시 작가의 한 사람으로 참가했던 쇳대박물관 최홍규 관장은 허물어질 듯한 적산가옥을 매입해 마을 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마을 재생을 위한 10년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이화마을이 소통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화마을의 가치가 벽화마을로만 인식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낡고 오래된 것은 허물고 새롭고 편리한 것만 추구하는 요즘, 서울 사대문 안에 1950년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은 보석이고 보물입니다. 거주민의 평균 거주 기간이 대부분 30년을 넘었어요. 그들이 사용하는 물건, 생활하는 공간 곳곳에 각자의 추억과 이야기가 깃들었죠. 근대 문화 형성의 중심에 있는 이 마을에서 더욱 많은 사람이 창의적 가치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독특한 가옥 구조, 좁은 계단과 골목, 초록 대문에 걸린 우유 주머니, 길가에 놓인 화분… 아파트 숲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생소할 것이다. 어린 시절 하루해가 짧도록 골목을 누빈 경험이 있는 엄마 아빠가 차근차근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면 된다. 아이는 이화마을 나들이를 통해 사람과 도시는 변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라는 사실과 변화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지금 걷고 있는 길, 그 길을 함께 걷는 아이는 어떻게 변해갈까.


✓ 이화마을은 어떻게 가나요?
1 지하철 1, 4호선 동대문역 5번 출구에서 종로3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인 낙산공원 정류장에서 내린다. 낙산성곽서길로 진입해 배드민턴장, 공공화장실 등을 지나 내려가면 벽화가 그려진 계단이 나온다. 혜화역이나 동대문역에서 걸어 올라가도 되지만 계단을 많이 올라야 하므로 위에서 내려가는 방식으로 찾아가는 걸 추천한다.
2 이화마을은 구릉지에 좁은 골목과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모차보다는 두 발로 걷는 게 마을의 매력을 만끽하기에 유리하다.


✎ 아이와 함께 이화마을 즐기는 법









찾기
이화마을은 마을 곳곳에 예술가들의 손길이 닿아 있다. 높다란 계단에 꽃이 그려져 있는가 하면, 담벼락에 귀여운 강아지들이 새겨져 있다. 지붕 위에서는 양철로 된 장닭이 내려다보고, 카페 창 밖에서는 고양이가 문을 두드린다. 걷기 힘들어하는 아이도 ‘장닭 찾기’ ‘강아지 그림 찾기’ ‘담벼락에서 꽃이나 풀 찾기’ 같은 동기가 있으면 흥미를 느낀다. 나중에 아이가 이화마을을 추억하는 방식이 되기도 할 것이다.




머물기
이화마을은 소박한 골목이지만 머물수록 숨은 매력이 드러난다. 처음에는 위트 있는 벽화나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고, 그다음에는 집집마다 정겨운 풍경이 눈에 보인다. 조금 더 지나면 마을 텃밭, 동네 수퍼가 눈에 띈다. 그다음에는 멀리 서울 경치를 내려다보며 감상에 빠지게 되는데, 이쯤 되면 머물던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 어렵다. 구경하지 말고 잠시라도 머물기를 권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머무르며 자세히 보아야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같은 곳에 있어도 사람마다 보는 것이 다르므로 함께 길을 걷는 아이와 함께 서로 발견한 것을 이야기 나눠보는 것도 좋다.








체험하기
이화마을에 머무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는 생소한 체험이겠지만, 이화동에 터를 잡은 예술가들의 공방이 여럿 있어 창의적인 체험 활동이 가능하다. 가죽ᆞ염색 공방 ‘손놀림’에서는 가죽 매듭끈 팔찌와 반지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김미연 칠보연구소’에서는 유약을 발라 구운 칠보 공예 작품을 보고, 소품도 살 수 있다.


✎ 별 볼일 있는 언덕 위 카페 ‘개뿔’





이화동 적산가옥형 주택 구조를 그대로 간직해 건축물 자체가 박물관으로서 가치가 있다. 신발을 벗고 건물 입구로 들어서면 정면에 계단이 보이고 오른쪽에 방이 있다. 창문 너머 커다란 나무가 쏟아지는 햇살을 막아서 생긴 그늘 아래 작은 테이블이 놓여 있다. 방 안쪽에 또 다른 방이 하나 있는데, 계단 바로 아래 공간이다. 다시 건물 입구에서 계단을 오르면 벽에 갖가지 모양의 와인오프너와 쇳대가 전시되어 있다. 아담한 실내와 야외 테라스에는 개다리소반, 은쟁반 등을 개조해 만든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다. 커피를 비롯한 음료, 맥주 등을 마시며 동네 분위기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한번 자리를 잡으면 왠지 계속 머물고 싶을 만큼 마음이 평온해진다.

운영시간 10:00~22:00
주소 서울시 종로구 낙산성곽서1길 26
문의 02-766-6494(쇳대박물관)


✎ 낭만 고양이들의 아지트, 이화중심





고양이들이 기웃거리는 빨간색 건물 유독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계단을 오르고 창가를 기웃거리는 고양이에 눈을 빼앗겨 안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고양이들이 인사한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창 너머에 마을을 내려다보는 고양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작은 창 밖에는 고양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안쪽을 들여다본다. 갤러리 카페 ‘이화중심’은 연중 고양이를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린다. 기획전은 3주마다 한 번씩 바뀌는데, 기획전이 열리지 않는 기간에는 방문객이 남긴 고양이 그림을 전시한다. 음료나 메뉴를 주문하면 우드 타일과 물감을 주는데 각자 가진 감성과 기억 속의 고양이를 그리면 된다. 웃고 떠들고, 때로는 진지하게 그린 작은 그림은 거대한 예술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운영시간 10:00~22:00
주소 서울시 종로구 낙산성곽서1길 18-4
문의 010-8869-8190


✎ 일상이 들어 있는 맛 ‘김명희의부엌’







이화마을을 거닐다가 출출해지면 마당에 커다란 장독이 있고 댑싸리 빗자루가 걸린 집으로 가보자. 우리 일상과 밀접한 공간인 ‘부엌’이 거기 있다. 요리연구가 김명희가 음식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는 ‘김명희의부엌’을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요리를 책임지고 있는 변주형 셰프는 점심에는 밥과 국, 반찬으로 구성된 한상 차림을, 저녁에는 현대 한식의 개념을 고찰해 구성한 7가지 음식으로 코스 요리를 내놓는다. 메뉴는 제철 재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조금씩 달라진다.

“음식 솜씨가 좋으셨던 외할머니의 레시피를 접목해 한식을 재해석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제철 식재료를 많이 활용하는 편이에요. 제철 음식은 흔히 얻을 수 있기에 특별할 게 없다고 여기지만, 그때가 아니면 제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특별하죠. 씨를 뿌리고 수확하고 장을 담그는 일상의 모든 과정이 들어 있잖아요.” 든든히 배를 채우고서야 부엌에서 사용하던 석쇠, 그릇, 주방도구 등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걸 발견한다. 나들이의 허기를 채운 이곳은 원래 부엌박물관 ‘배오개’였다.

메뉴 점심 한상 차림 7천원, 고기반찬 추가 2천5백원, 저녁 코스 11만원(예약 필수)
운영시간 12:00~23:00
주소 서울시 종로구 낙산성곽서1길 18-26
문의 02-745-2019, kimmyungheeboouk.com


사진 송상섭 일러스트 정하연 한미영 기자

201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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