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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3층에서 자고, 4층에서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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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이는 하루에도 수십 번 계단을 오르내린다. 4층 다락에서 놀다가 물을 마시고 싶으면 1층 부엌으로 내려가고, 잠을 자고 싶으면 3층 침실로 올라간다. 엄마가 일할 때는 2층 엄마 책상 옆에 놓인 미술 책상에서 그림을 그린다. 민진이네 가족은 땅콩집에 산다.




민진이네 집은 한 건물에 세 가구가 입주한 형태의 땅콩집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주방 겸 거실 공간이 있다. 실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방 하나, 또 한 층 올라가면 또 다른 방이 나온다. 작은 테라스와 다락을 포함해 약 118m2(35평)를 사용한다. 감성 디자인 조명 브랜드 ‘빛홈’(www.bithome.co.kr)을 운영하는 민진 엄마 진은영 씨는 기능에 따라 공간을 명확히 분리할 수 있는 점을 땅콩집의 장점으로 꼽았다. “아이가 생후 18개월 무렵 갑자기 이사하게 되었어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이가 어린 탓에 집에 작업실을 꾸려야 했죠. 공간이 층별로 분리되어 있으니까 일에 집중하기 좋더라고요.” 결혼 후 서울 다가구‧아파트 밀집지역에 거주하면서도 자연과 가깝고 여유로운 주택 생활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집을 짓기는 어려운 실정이어서, 몇 가지 조건을 두고 새집을 찾기 시작했다. “분양 중인 타운하우스 위주로 찾았는데, 작은 단지는 외딴곳에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아이와 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서 보안 문제가 걱정되기도 하고, 생활편의 시설과 멀어지는 게 겁나서 그런 곳은 제외했어요. 이 집은 신도시 옆 새로 개발된 주택단지에 200세대 이상이 살고, 큰길을 건너지 않는 5분 거리에 초등학교ᆞ중학교가 있는 점이 좋았어요.”



✎ 층층이 쌓이는 가족 이야기
민진이네 집은 층층이 기능별로 구분되어 있다. 1층은 주방 겸 다이닝 룸이고, 작은 테라스가 딸려 있다. 2층은 엄마 작업실로 꾸몄다가 지금은 아이와 함께 쓰는 작업 공간이다. 3층은 침실, 4층은 아이의 놀이 공간으로 구분했다. 획일화된 모듈로 지은 땅콩집이지만 바닥재, 벽지, 욕실 타일, 조명 등 인테리어는 엄마 취향을 확실히 녹여냈다. “집은 투자 가치가 있는 부동산이 아니라 오롯이 가족을 위한 공간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세 식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을 원했는데, 이 집이 우리 가족에게 딱 맞아요.”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다락이다. 천고가 낮고 비스듬한 천장이 아늑한 느낌이 들어 아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환경이다. 낮은 천장에는 귀엽고 동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오브제 조명을 걸고, 재미있는 일러스트 그림을 벽에 붙여주었다. 은영 씨는 엄마가 행복한 공간에서 자라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감각을 익힐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가 말하기 시작하면서 민진이가 또래 아이들과 달리 감성적인 언어나 표현 방식으로 색을 묘사하고 감정을 전달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세 돌도 되기 전에 벚꽃이 흩날리는 걸 보고 ‘하늘에서 꽃비가 내려요’ 라며 감탄하더니, 올해는 이팝나무를 보고 ‘하얀 산호가 핀 것 같아요’ 라고 말하더라고요. 물감 놀이를 할 때도 진한 파랑은 깊은 바다색이라고 말하고, 붉은색을 칠하면서 낙엽색을 그린다고 해요. 엄마가 좋아하는 그림, 꽃, 그릇을 보고 도형이나 색을 느낀 거죠. 부모 취향으로 꾸민 집에서 머물며 행복해하는 부모의 감정이 아이를 안정시키고 감성적으로 공감한다고 믿어요.”





✎ 언제나 빛이 좋은 집
집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집은 볕이 잘 드는 남향이 좋다’는 말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집안으로 드는 햇볕은 주거 환경뿐 아니라 공간에 머무는 사람의 기분까지 좌우하기 때문이다. 채광이 좋아 집안 곳곳이 환해지면 아이는 종일 해의 밝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는 자연의 이치를 배우면서 시간 개념을 익히고, 상상 속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말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민진이가 차창 밖을 보더니 ‘해가 밤으로 가고 있네’라고 말했어요. 알려준 적이 없는데 아이가 해의 움직임을 느끼고 있더군요. 아이가 있는 집은 볕이 잘 들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모든 집이 완벽한 채광을 가질 수는 없다. 아무리 볕이 잘 드는 집이라도 부족한 구석도, 어두운 구석도 생기기 마련이다. “집의 어두운 구석에 조명을 두어서 밝혀보시길 권해요. 침대 옆이나 책상 위에 기능을 목적으로 한 조명을 두는 것 외에, 어두운 곳을 살짝만 밝히는 거죠. 그러면 공간도 넓어 보이고 집에 밝은 기운도 더해질 거예요.”





“민진이가 차창 밖을 보더니 ‘해가 밤으로 가고 있네’라고 말했어요. 알려준 적이 없는데 아이가 해의 움직임을 느끼고 있더군요. 아이가 있는 집은 빛이 좋아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 집에 빛을 들이다

○ 자연광도 잘 들이는 게 중요해요
민진이네 땅콩집도 남향이라서 햇볕이 잘 드는데, 1~2층보다 3~4층의 볕이 더 좋다. 3층 침실은 낮 휴식을 방해하지 않도록 암막커튼으로 채광을 조절한다. 상대적으로 볕이 적게 드는 1층은 테라스 쪽 커튼을 활짝 열어두면 충분히 아늑하다.

○ 천장등 대신 필요에 따라 부분조명을 써요
천장에 달린 커다란 등이 공간 전체를 밝히는 집이 대부분이다. 밝고 환하게 생활할 수 있지만, 가족 구성원의 필요에 따라 조도를 조절하기는 어렵다. 민진이네 집은 천장등을 없애고, 곳곳에 조명을 배치하는 ‘국부 조명법’을 썼다. 양쪽 벽에 가까운 천장에 매입등으로 조도를 확보하고, 나머지 공간은 목적에 맞게 스탠드, 펜던트 등으로 조도를 조절한다. 빛을 레이어링하는 방식으로 구석구석 밝히기 때문에 어두운 부분은 없다. 전력 효율도 높다.

○ 빛의 색깔이 분위기를 좌우해요
공간에 따라 색 온도만 조절해도 집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밝은 분위기로 업무 효율을 높여야 하는 학교나 사무실 등은 정오 무렵 태양광 밝기인 6000k의 형광등이 어울리지만, 휴식을 취하는 집은 색 온도가 따뜻할 필요가 있다. 카페나 호텔처럼 3000~4000k의 노란빛이 도는 조명으로 바꾸면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 공간의 기능에 맞게 빛을 밝혀요
100m2(30평 대) 아파트 거실은 120~150W, 방은 40~50W 천장등을 쓰지만,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민진이네 다락방은 저녁식사 후나 주말 낮에 생활하기 때문에 전체 조도를 30W 수준으로 낮췄다. 대신 놀이 공간, 책 보는 공간 등으로 나누어 책 보는 공간은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스탠드 조명을 두었다. 다락은 조명 빛이 아이 눈에 직접 닿지 않도록 깃털, 글라스, 패브릭 등의 갓을 씌워 은은한 빛이 나오도록 했다. 책을 보거나 칼을 쓰는 곳은 부분적으로 더 밝은 조명을 설치하는 것도 좋다.

○ 작은 스탠드로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봐요
조명은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아 설계하는 게 좋지만, 모두 바꾸기 어려울 때는 작은 스탠드를 들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쉬고 싶은 곳이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에 스탠드를 하나 설치해보는 것이다. 그다음 공간 성격에 맞게 조명을 배치한다. 민진이네는 계단 입구에 빛이 퍼지는 반경이 넓은 플로어 램프를 두어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침대 옆에는 밤새 켜두어도 수면을 방해하지 않는 아주 적은 빛의 테이블 램프를, 테라스에는 전선 매립이 필요 없고 방수 기능을 갖춘 조명을 두었다. 1층 거실 한쪽에는 안개 낀 북유럽 침엽수림이 담긴 아트프레임과 풀문 램프를 두었다.

201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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