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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필름에 담긴 아이라는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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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엄마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는 마법을 부린다. <맘&앙팡>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후 더욱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예술가 엄마들을 찾아 그들의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첫 번째로 아이의 일상을 필름 카메라에 담는 정연화 포토그래퍼를 만났다.




엄마가 된 포토그래퍼 정연화는 언제 어디를 가든 손에 콘탁스-G2를 들고 다닌다. 경우에 따라 휴대용 필름카메라를 챙기지만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디지털 카메라로도 사진을 찍게 될 것 같다. 정연화는 명절에 할머니댁에서 만나는 사촌동생 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꽃 하나, 꽃 둘>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일부러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노는 매 순간 틈틈이 사진을 찍었는데, 그 안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이 투영되었음을 알았다. 딸 시우의 첫 생일에 사진집을 만들어 선물했다. 사진 찍는 엄마로서 최고의 선물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1년에 한 권씩 만들어 주겠다고 야심 찬 계획을 세웠지만 인화한 사진들을 보자 당시의 감정, 아이의 소중한 기억이 담긴 순간들을 선택하고 내려놓는 것이 너무 힘들어 프로젝트 기간을 연장했다.


꽃 하나, 꽃 둘 그리고 시우





엄마가 된다는 건 한 아이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경험이다. 소녀들의 성장을 기록하는 <꽃 하나, 꽃 둘> 프로젝트를 비롯해 그동안 작업한 사진이 피사체를 통해 작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면, 시우 엄마가 된 다음에는 사진 찍는 대상이 시우를 비롯한 아이가 되었다. 피사체는 아이든 자연이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으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난 후 사진을 찍는 목적이 오히려 순수해졌다.


놀이 with 시우컬렉션







일곱 살 시우는 작은 돌멩이, 나뭇가지, 꽃송이 등 자연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오가는 등하원길에 발견한 꽃이나 강아지풀을 꺾어 엄마에게 선물한다. 매일 “새싹이 났어” “꽃이 피었어” 라며 신이 나서 얘기하는 아이를 보면 흐뭇하다. 어린 시절 학교에 다녀오면 가방을 던져놓고 산과 들을 쏘다니며 뛰어논 것이 현재의 감성을 갖게 한 원동력이라 믿는 엄마는 아이가 작은 것을 발견하고 가치를 알아주는 것 같아 참 고맙다.


시선 for 시우 친구들





아이 키우는 엄마의 눈은 언제나 아이를 향한다. 시우 또래 아이들을 보면 그 천진난만함, 자유분방함에 마음이 끌린다. 그래서인지 사진에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다. 시우와 친구들을 찍은 사진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 선물할 계획이다. 아이가 자라는 매 순간이 아쉽다고 여기던 작가는 아이 성장을 지켜보며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되었다. 교복 입은 아이를 보면 ‘우리 시우가 저 나이에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본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건 순전히 시우 덕분이다.

진행 한미영 기자

2017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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