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괴롭히는 건 반칙이야”

문수아(생후 18개월) 엄마 전지현(29세) 씨 ● 임신 6개월째 접어들던 어느 날, 병원에서 임신성 당뇨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마치 불치병 선고를 받은 환자처럼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나에게 “일시적 현상이다” “출산과 함께 완치된다” “아기에게는 아무 이상이 없다”하며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나는 병원을 나와 집을 향해 걸으면서 속으로 결심했다. ‘출산하는 그날까지 이 세상 모든 단것과는 결별하리라….’

그렇게 시작된 당뇨병과의 전쟁은 정말 처절했다. 다른 임신부들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내가 먹고 싶은 게 아니라 아기가 먹고 싶은 거야” 하며 한밤중에 남편을 잘도 깨워 간식 심부름을 보내건만, 나는 냉장고에서 배추 속을 꺼내 쌈장에 찍어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과자, 요구르트, 떡, 자장면 등 혈당을 올리는 음식은 절대 ‘접근금지’였고, 마음에도 없는 웰빙 간식을 먹으며 얼떨결에 음식태교를 해야만 했다. 그 시절 설탕을 넣지 않고 마시는 아주 연하게 뽑아낸 커피 한 잔이 유일한 낙이자 위로였다. 주사 한 대를 못 맞아 병원에 갈 때마다 약만 처방해달라고 의사를 조르던 내가, 인슐린 주삿바늘을 직접 배에 떡 하니 찌르는 모습을 본 남편은 다리에 힘이 풀려 거실에 주저앉아버렸다.

지금도 남편은 그때를 회상하며 “당신 좀 무서워 보였어”라고 말한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힘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출산예정일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나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뱃속 아이에게 “아가야, 제발 예정일보다 빨리 나와다오”라고 애원도 하고, 심지어 “너 이런 식으로 엄마를 괴롭히는 건 반칙이야” 같은 협박 아닌 협박도 했다. 뱃속의 아기가 엄마의 애절한 목소리를 들었을 거란 기대에, 일찌감치 회사에 출산휴가를 냈지만 첫딸은 오히려 예정일보다 일주일이나 늦게 태어났다. 딸이 태어나던 그날, 병실에서는 차마 웃지못할 광경이 벌어졌다. 다른 산모들은 비틀비틀 힘없이 일어나 미역국을 겨우 받아먹는데, 나는 남편이 사온 초밥, 초코케이크, 김밥, 떡볶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쉬지 않고 먹어댄 것이다. 그 뒤로도 한동안 침대 곁에는 달콤한 간식거리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물론 출산과 함께 당뇨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잠시나마 엄마를 괴롭혔던 딸아이는, 본의 아닌 웰빙 태교 덕분에 뽀얀 피부에 건강 체질을 타고나, 지치지 않고 엄마를 괴롭힌다. 비록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지나가고 나니 이렇게 도움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진리를 깨달았다. 지금 임신 중이거나 아기를 키우면서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한 엄마들이여, 절망하기보다는 ‘나중에 이것 때문에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보자. 고생은 꼭 좋은 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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