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날들”
이시은(만 3세) 엄마 김현수(34세) 씨
● 결혼 전 양가의 갈등으로 결혼식 장소와 날짜를 정하느라 마음고생이 많았던 우리 부부. 우여곡절 끝에 2003년 4월 신부가 되던 날, 친정 부모님과 친척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남편의 고향이자 결혼식 장소인 대구로 내려왔다. 예식 시간은 오후 2시 20분. 하지만 토요일에다 한식이었던 터라 차가 많이 막혀 친정 식구들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대구에 도착했다. 서울을 떠나 낯선 곳, 낯선 사람들만 가득한 곳에서 홀로 드레스를 입고 2시간이 넘게 기다리는 동안 나는 정말 슬펐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드레스를 입고 홀로 대기실에서 기다린 신부는 나밖에 없지 않을까. 정말 소리 내어 펑펑 울고 싶었지만, 꾹 참고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배시시 웃음이 나오는 소중한 추억이다. 결혼하고 1년 정도 흘렀을까. 2004년 8월, 남편의 생일날 첫딸을 생일선물로 안겨주었다. 남편과 함께 임신 진단 테스트기에 선명하게 그어진 두 줄을 보고 얼마나 기뻐했던지. 기대와 설렘으로 열 달이 거의 끝나갈 무렵, 예정일을 3일 앞두고 진통이 시작됐다. 그날따라 늦게 들어온다는 남편을 원망하며 밤에 혼자 순대를 사다 먹었다. 새벽녘 10분 간격으로 진통이 진행됐고, 간밤에 먹은 순대 때문인지 속도 좋지 않아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진통이 5분 간격으로 짧아지고 팬티에 선명히 비친 이슬은 분명 세상으로 나오고 싶다는 아이의 신호였다.
시어머니가 “하늘이 노래져야 아이를 낳을 수 있어”라고 자주 말씀하셨지만, 진통은 견디지 못할 정도로 심했다. 남들도 다 낳으니까 나도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통증이 너무 심해 속으로 계속 ‘수술하고 싶다, 아냐 참아야 돼, 정말 하고 싶다, 참아야 돼“를 수십 번 반복했다. 하지만 아이를 생각하면 참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눈물이 많아 감기만 걸려도 눈물을 짜는 내가 어떻게 진통할 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얼굴의 실핏줄이 다 터질 정도로 힘을 주어도 이를 악물고 소리 한 번 지르지 않았던 것, 그것이 바로 ‘엄마의 힘’인가 보다. 남편을 꼭 닮아 지금도 ‘아빠딸’이라 불리는 시은이는 돌잔치도 무사히 마치고 예쁘게 자라고 있다. 조금 있으면 귀여운 동생도 생긴다. 시은아~ 곧 태어날 동생과 함께 건강하고 밝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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