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점짜리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할 사람은 없다. 그 백 점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고, 자신의 건강을 떼어내고, 화를 억누르며, 울음을 삼킨다. 그리고 외친다. “이 모든 것이 다 내 아이를 위해서야”라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지만 하루 24시간 가족을 위해 대기하는 대가로 돌아오는 것은 “이거 해줘. 왜 안 한 거야?”라는 소리뿐이다. 그리고 또 다짐한다. 더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그래서 이들에게 내 존재가치를 인정받겠다고. 신의진 교수는 그런 좋은 엄마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사실 이 책은 <아이보다 더 아픈 엄마>의 개정판입니다. 제목을 이렇게 바꾼 이유는 엄마가 된다는 과정이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은 사실이나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엄마는 제대로 된 엄마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입니다. 아이를 기르면서 우울해하는 엄마들이 긍정적으로 좋아지려면 다른 무엇보다 아이에 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태도를 버리고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하지 않으면 부모 역할도 어렵다는 말을 하고 싶었죠.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기를 쓰는데도 아이는 말을 안 듣고, 어느새 우울해진 엄마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아이들에게 자신의 망상이나 목표를 투영해놓고 스스로 스트레스 받고 우울해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아이와 나를 분리하고 일단 자기 자신이 행복한지를 먼저 체크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이유 없이 짜증나기 시작하면 빨리 아이에게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책에 보면 ‘80점짜리 엄마가 되라’는 말이 나옵니다. 80점짜리 엄마는 어떤 엄마입니까? 80점짜리 엄마는 쉽게 얘기하면 완벽하지 않은 엄마입니다. 실수도 좀 하고 그런 엄마 말입니다. 그렇다고 50점짜리 30점짜리 무성의한 엄마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입는 것 먹는 것 모든 것을 체크하는 완벽주의자인 엄마가 백 점짜리 엄마라면, 신경은 쓰되 너그럽고 여유로운 마음을 지닌, 20점 정도는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80점짜리 엄마가 되라는 말입니다. 너무 애를 따라다니고 극성스러워서 스스로 피곤하게 만드는 엄마가 아닌, 자신과 아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이런 느슨하고 여유로운 엄마가 80점짜리 엄마입니다.
엄마들이 자주 쓰는 말 중 딱 한 가지만 고치라고 조언한다면 무엇입니까? 아이들에게 이거 해라, 하지 말아라 하는 식의 말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 아이들이 행동하는 데 말을 듣고 하는 것은 30%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모두 행동을 보고 따라 합니다. 말을 줄이고 행동해야 합니다. 말로만 깨끗해야 한다, 착한 말 써라 하기보다 엄마 먼저 모범을 보이고 말을 가려서 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엄마의 말보다 표정, 정서적 표현과 같은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죠. 아무리 좋은 말도 좋지 않은 표정으로 말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말보다 실천하세요. 신의진 지음 | 걷는나무 | 1만2천원
interview
신의진 씨는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로16년째 아픈 아이들을 치료하고 있다. 두 아들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현명한 부모들은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 등 육아에 대한 통찰력 있는 책을 쓰고 있다.